[매일경제 = 최근도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 연구팀이 초고감도 검출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양자컴퓨팅 측정효율을 극대화해 대규모 양자컴퓨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또 한 걸음 우리에게 다가온 셈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일상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양자컴퓨터에 몰리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쉽게 답을 알아낼 수 있다. 알파고가 바둑을 두던 걸 떠올리면 쉽다. 바둑에는 각 수마다 셀 수 없는 가짓수가 있지만, 알파고는 그중 최적의 경로로 예상되는 수를 둔다. 현실은 바둑보다 훨씬 복잡하다. AI가 계산해야 할 가짓수가 바둑보다도 훨씬 더 많다. 때문에 AI에 요구되는 계산능력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수학적으로는 이 같은 경우를 찾는 걸 최적화라고 한다. 정답을 찾으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론 정답을 찾으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나마 최적화된 해를 찾는 방식이다.
이 지점에서 새로운 해결책으로 등장하는 게 양자컴퓨터다. 하지만 원자 하나하나를 제어해 컴퓨터를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양자현상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들이 먼저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1년 캐나다의 D-WAVE 시스템스라는 회사에서 양자 어닐링을 활용해 개발한 양자컴퓨터다. 일각에서는 양자역학의 원리 일부만 활용했기에 진짜 양자컴퓨터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고, 기존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의 계산 방식을 보여주는 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양자 어닐링을 활용한 양자컴퓨터를 통해 양자역학의 원리와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조금이나마 보고자 한다.
D-WAVE사가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어닐링이 가장 핵심적인 원리다. 어닐링은 공학에서 나오는 개념이다. 사극을 보면 담금질을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뜨겁게 쇠를 달구고 고온에서 급랭하는 담금질을 통해, 보통이면 일어날 변화를 일부 또는 전부 차단하여 필요한 특성만을 나타내게 한 후에는 비교적 저온에서 가열함으로써 담금질로 막았던 변화를 약간 진행시켜 알맞은 특성을 갖게 만드는 뜨임을 하고, 또 이를 천천히 식힘으로써 금속재료의 뒤틀림을 바로잡거나 상의 변화를 충분히 끝나게 하여 안정 상태로 만드는 풀림 등을 거치면서 쇳덩이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데 그중 풀림이 바로 어닐링이다.
양자컴퓨터의 어닐링도 비슷하다. 니오븀(Nb)으로 만든 회로를 절대 0도(-273도)로 낮추면 양자역학에 따라 전자의 스핀은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게 된다. 이때 전자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는데, 각 전자들을 풀려는 문제에 맞는 정도로 작용하게 조정한다. 예컨대 A에서 B, C를 거쳐 D로 가기 위한 최적 경로를 찾는 문제라면 인접한 A와 B 사이의 관계와 멀리 있는 A와 D는 서로 다른 관계가 적용되는데 그걸 전자 사이의 상호관계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후 횡자장을 걸어줬다가 천천히 풀어주면서 전자들이 상호작용해 스핀이 두 가지 상태 중 하나의 상태로 자연스럽게 정돈되도록 하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자연현상을 모방한 것이다.
양자 어닐링은 여기에 터널 효과가 더해진다. 터널 효과는 쉽게 말해 높은 담을 넘을 에너지가 없어도 벽을 수없이 부딪치다 보면 한 번쯤 통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만 일어난다. D-WAVE는 D-Wave 2X의 경우 기존 컴퓨터보다 1억배의 속도를 보인다고 말한다.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상상만 해오던 특이점을 넘어선 AI들이 등장할 수 있다. 한국의 기업과 과학자들도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의 최전선에서 힘을 쏟고 있다. 그들이 가져올 미래가 기대된다. 출처 : 매일경제 최근도 기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09&aid=0004679474&sid1=101&mode=LSD&mid=s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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