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윤리 문제에 교황청까지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연초 AI 개발 또는 활용과 관련한 규제 원칙을 속속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차원에서 기준을 잡아줄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로이터를 비롯해 다수의 외신이 지난달 28일 로마 교황청이 발표한 'AI 윤리를 위한 로마 콜(Rome Call for AI Ethics)'을 집중 조명했다.
로마 콜은 AI시스템이 준수해야 할 규정과 원칙을 담은 교황청의 백서다. 신기술은 모든 인간가족에 봉사한다는 원칙 하에 연구돼고 상용화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AI가 윤리적으로 디자인 돼야 한다는 개념을 토대로 △투명성 △포용 △책임성 △불평부당 △신뢰성 △보안&프라이버시 등 AI를 윤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6가지 원칙도 제시했다.
프란시스 교황도 하루 앞서 바티칸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의 공익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기술은 윤리적 의무를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이 제안한 백서에는 MS, IBM, 생명과학 아카데미, 식량농업기구(FAO), 이탈리아 정부가 서약했다.
행사에 참여한 존 켈리 3세 IBM 부사장은 "AI는 세상을 믿기 힘들 정도로 똑똑하고 건강하고 번영할 수 있게 하지만 인간의 이익과 가치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면서 "로마 교황청 요청이 사람과 기술 모두에 투자 해야한다는 점을 상기 시켜줬다. 사람들이 윤리의 기초 위에 구축한 AI를 보면 AI에 더 많은 신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AI를 생활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많은 개인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필연인데, AI를 누리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 과하면 문제가 발생하고 부족하면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연초 "AI를 개발할 때 공정하고 투명하면서도 안보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AI 개발과 사용에 필요한 규제 원칙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내놓은 해법이었다.
미국은 최근 군사분야에 AI 기술을 사용할 때의 유의사항을 정리한 윤리규범도 채택했다. AI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달 19일 유럽연합(EU)이 AI 백서를 발표한 것도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 있다. 백서에는 유럽의 AI 접근 방식을 'EU 경제 전반에서 윤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도입을 지원한다'고 정의하면서 'AI는 사람에게 복무하고 사회에 이익이 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람이 중심이라는 얘기다.
백서 말미에는 "회원국의 시민 사회 및 산업계, 학계와 AI 접근법에 대한 광범위한 협의를 시작하겠다"며 백서에서 제시한 제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줄 것도 주문했다.
EU는 지난해 4월에도 '인공지능은 인간의 기본권과 자율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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