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양산업으로 꼽히던 섬유패션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과 5세대 이동통신(5G)을 입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봉제부터 신발 제조까지 전 공정을 스마트화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를 육성해 세계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정부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 '섬유패션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섬유패션산업은 1987년 단일산업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을 정도로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경쟁력이 크게 악화됐다. 인건비 등 생산비가 늘어나며 제조기반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안주해 글로벌 브랜드를 키워내지 못했고, 산업용섬유 등 고부가가치 섬유 생산을 위한 기술투자가 부족했던 점이 문제로 꼽힌다. 선진국에는 기술력에서 뒤처지고 중국, 인도 등 후발국에는 가격에서 밀리는 샌드위치 상황에 직면한 것.
그러나 정부는 섬유패션산업의 중요성과 성장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근본적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정부는 봉제부터 염색·가공, 신발 제조까지 전 공정에 '스피드팩토어'를 도입할 계획이다. 스피드팩토어는 생산공정을 자동화하는 기존 스마트공장에 '스토어'(매장) 개념을 더한 형태다. 섬유패션산업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특성을 살려 매장에서 소비자 주문을 받아 빠르게 '수요자 맞춤형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미다.
봉제와 염색·가공 스피드팩토어 기술개발사업에 올해부터 2021년까지 각각 85억원, 75억원이 투입된다. 영세화와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업종에 협동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다품종 중소량 패션의류와 고부가 원단을 생산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신발 스피드팩토어 기술개발과 실증라인 구축 사업에는 2022년까지 총 230억원이 들어간다. 신발 주문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처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신발'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국내복귀(유턴) 기업 7개사를 유치하고 일자리 약 1000개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ICT 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사업에는 올해에만 3428억원을 쓴다.
더 나아가 다양한 소량 개별 주문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 데이터 플랫폼 기반 협업 시스템도 2021년부터 구축할 계획이다. 디자인과 주문 단계부터 생산, 배송까지 ICT, 5G 기술로 전 밸류체인을 자동화하는 모델이다.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용섬유를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탈바꿈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탄소섬유, 아라미드, 고선명 염색 등 첨단 제품 연구개발(R&D)에 올해 770억원을 투자한다. 사업화를 위해 시제품 제작지원에도 37억원을 쓴다.
공공수요 창출도 뒷받침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 524억원을 투입해 소방서에서 쓰는 난연·방염복 등 안전보호 섬유제품개발과 공공기관 실증연계 사업을 진행한다. 방위사업법을 개정해 군 피복류에 국산 소재를 우선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등 국산 탄소섬유 수송용기 보급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가 호소해 온 현장 애로 해결에도 나선다. 성실재입국시 현행 3개월인 출국 후 재입국기간을 단축하고 숙련기능 인력 체류자격 전환 규모를 확대하는 등 인력난 해소 대책을 추진한다. 청년창업 지원과 고급의류 제작 인력양성 사업을 확대하고, 업계 우려가 큰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관련 협단체에 설치한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환경부와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은 "섬유패션은 절대로 사양산업이 아니다"라며 "근본적 체질 개선을 통해 섬유패션산업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신성장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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