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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선순환 일자리정책 펴야
작성일자 2018.05.23 조회수 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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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전자정부추진위 공동위원장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인간의 두뇌활동 직업을 대체하고 로봇이 인간 근육노동자의 일을 대체할 것이 분명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전통적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고, 새로운 일자리는 아직 안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시장엔 '고용 쓰나미'가 휘몰아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지 1년, 정부는 고용을 늘리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용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던 일자리 쓰나미가 이미 우리 주위에 도달한 것 같다.

 

지능형 자동화가 가져오는 일자리 충격은 이미 이전 정부부터 나타났었다. 이 충격은 중소기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2009년부터 10년간 새로운 취업자 수 300만개 가운데 제조업 일자리 증가는 50만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인원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2%에 그쳤다고 한다. 제조업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제조업 근로자 수가 대학의 교직원 수보다 적어지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사실, 제4의 물결은 잘 대응하면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의 먹거리가 될 새로운 일자리는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또 새로운 일자리 생태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고용정책은 과도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능형 초연결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에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충격을 최소화하는 '사회안전망적 속성'을 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년 동안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도 이런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일자리는 무수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새 시대에 맞는 '긴 숨의 지속가능한' 고용정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인공지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긍정적인 요인이 발현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인공지능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돼 '인공지능의 악순환의 고리'가 일단 만들어지면 제4의 물결은 쓰나미가 돼 큰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정책결정권자의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둘째, '일자리 소프트랜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일자리 소프트랜딩은 새 시대로 가는 과도기의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으로 과도기에 나타나고 있는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줄이고 새로운 고용시장이 정착될 때까지 숨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 시대에 맞는 고용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규제와 제도를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 정부 혁신을 새로운 전자정부로 구현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세계 1등으로 찬사를 받고 있었던 대한민국 전자정부도 새 시대에 맞도록 리모델링해 일자리 창출을 돕는 '스마트 전자정부'로 재탄생해야 한다. 정부혁신이 지속가능한 고용정책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넷째, 트럼프가 촉발한 '신보호무역주의'의 물결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활용해야 한다. 한 예로, 국내 통신업체는 20조를 투자해서 5G망을 구축해 놓고, 외국제 장비를 쓸지 고민한다고 한다. 외국제 제품이 싸고 좋지만, 보안 뚫릴 위험이 존재한다고 한다. 국산장비를 사용하면, 값이 조금 비쌀지 모르지만, 국가적으로 필요한 통신보안 확보는 물론 상당한 고용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은 중국에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표면적 이유로 중국제 장비 구입을 규제해 퇴출했다고 한다. 내면엔 미국식 신 보호무역 물결이 작동했을 것 같다.

 

다섯째, 새로운 시대에서는 데이터를 잘 관리하는 나라,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다. 이런 때에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한 국내 SW연구소는 몇 년 안에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AR VR 등에서 약 3만 2000명의 전문가가 곧 부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당장에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인공지능 관련 과목을 각 급 학교의 교과과정에 넣어 인공지능 교육을 확대하는 등 특단의 교육혁신을 해야 한다.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슬로건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가 넘쳐나는 세상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