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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in&out] 동성애자까지 가려내는 얼굴 인식.. 차별 악용될라 | |||
작성일자 | 2017.09.13 | 조회수 | 5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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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in&out] 동성애자까지 가려내는 얼굴 인식.. 차별 악용될라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 수집돼 성별·외모에 따른 불이익 우려
[조선비즈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얼굴 인식 기술이 성소수자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과학자들이 AI로 사진 속 인물이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성소수자 단체들이 AI가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들고 일어난 것이다.
최근 얼굴 인식 기술이 우리 생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 애플의 아이폰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은 이 기술을 맞춤형 광고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얼굴 인식으로 서명을 대신하는 간편 결제 기술도 나왔고, 네이버도 검색 서비스에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하지만 얼굴인식 기술로 인해 개인 사생활이 침해받는 것은 물론, 신상정보 유출, 성별과 외모에 따른 차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동성애자 사진 가려내는 AI 등장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일 미국 스탠퍼드대 마이클 코신스키 교수 연구진이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보고 성적 취향을 알아맞히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남성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동성애자를 구분하는 실험에서 AI는 81%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여성의 경우 정확도가 71%였다. AI는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 올라 있는 남녀 1만4776명의 사진 3만5326장과 이들이 스스로 밝힌 성적 취향 정보를 학습해 외모에서 나타난 동성애자의 특징을 파악했다. 이를테면 남성 동성애자는 턱이 좁고 코가 길다는 식이다.
스탠퍼드대의 연구결과가 알려지자 성소수자 단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의 성소수자 단체들은 뉴욕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동성애자로 밝혀진 사람들은 위험에 빠질 수 있으며, 이성애자 역시 AI의 실수로 동성애자로 오인돼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쓰레기 과학"이라고 비판했다.
◇확산되는 얼굴 인식 기술
얼굴 인식 기술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물론, 네이버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잠금 해제나 모바일 간편 결제의 비밀번호 입력 등을 얼굴 인식으로 대신하면 더 편리해진다. 또 수천~수억명의 얼굴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동선(動線)이나 인간관계를 더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쇼핑몰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매장을 찾은 페이스북 사용자를 찾아낸 뒤, 이 사람에게 매장의 광고를 보여주는 맞춤형 광고 기법을 실험하고 있다. 구글도 사진 저장 서비스 '구글 포토스'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얼굴을 인식해 사람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광고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이달 초 항저우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선보였다. 또 검색업체 바이두는 베이징 공항에 얼굴 인식 출입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국 정부도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이미 7억명이 넘는 '얼굴 빅데이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차별, 주민 감시에 악용될 수도
전문가들은 그러나 얼굴인식 기술이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지문이나 홍채, 정맥과 같은 다른 생체인식 정보는 개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가 어렵지만, 얼굴 정보는 다른 사람이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 공공장소의 CCTV(폐쇄회로 TV) 등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수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EU(유럽연합) 국가들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개인의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지문·홍채·얼굴 등 생체 정보의 수집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페이스북 앱(app·응용프로그램)의 '얼굴인식 기능'이 EU법과 독일 국내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놨다. 페이스북은 그 이후 유럽판 페이스북 앱에서 이 기능을 뺐다. EU는 내년 5월 의회 통과를 목표로 더욱 강화된 생체 정보 보호법을 추진하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장)는 "얼굴 인식 기술이 AI와 연결되면 전 국민을 실시간으로 감시 가능한 '디지털 판옵티콘(Panopticon·사방이 뚫린 감시탑)'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개별 국가의 차원을 넘어 세계 각국이 함께 참여하는 규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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