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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해지는 "라벨".. 식품-화장품 얼마나 상했는지도 알려준다 | |||
작성일자 | 2017.08.31 | 조회수 | 55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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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해지는 '라벨'.. 식품-화장품 얼마나 상했는지도 알려준다
美 클라크슨대 '스마트 라벨' 개발.. 변질 과정서 발생하는 활성산소 분석
[동아일보 권예슬 기자] 성분 미상의 생활용품, 유통기한 변조 식품, 진짜 같은 가짜…. 현대인의 ‘장바구니’ 안에선 속고 속이는 전쟁이 펼쳐진다. 소비자가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건 상품에 붙은 작은 라벨뿐이다. 라벨은 소비자에게 상품이 직접 자신을 소개하는 ‘신분증’이 되는 셈이다.
라벨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손톱만 한 마이크로칩이나 QR코드에 주요 성분과 유통 과정, 보관 조건 등의 풍부한 정보를 압축해 놨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해 상품 정보를 기록하고, 데이터를 모아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등 비서 역할도 대신한다. 이처럼 라벨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실바나 앤드리스큐 미국 클라크슨대 연구원은 8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 254회 미국화학회(ACS) 학술회의’에서 식품이나 화장품이 상해서 버려야 할 시기를 알려주는 스마트 라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상했다’는 것은 물질이 산소와 반응해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 라벨은 변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분석해 물질이 얼마나 상했는지를 보여준다. 입자 형태의 시약을 함유한 종이에 활성산소가 닿으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 색깔이 변한다. 많이 변할수록 많이 변질됐다는 의미다. 화장품 용기 안에 이 라벨을 붙였다가 색깔이 바뀌면 제품 사용을 중지하라는 경고 표시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이 라벨을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을 찾기 위해 쓸 수도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회사 ‘퓨처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6년 47억 달러(약 5조2898억 원) 규모였던 스마트 라벨 시장이 10년 뒤엔 226억 달러(약 25조4363억 원)로 5배 정도로 성장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라벨에 무선전자객체식별장치(RFID) 기술이 결합되면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RFID는 극소형 칩에 상품 정보를 저장하고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다.
특히 식품 안전 분야에서 RFID가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제품 운송 시 온도 변화를 기록하는 RFID 센서는 이미 상용화됐다. 육류, 가금류, 해산물, 의약품 등 부패가 쉬운 상품의 포장지에 이 센서를 붙이면 제품이 언제 상하기 시작하는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2015년 핀란드 기술연구소(VTT)는 식품 부패의 결과 생성되는 휘발성 물질인 에탄올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RFID 센서를 개발하기도 했다. 센서가 에탄올을 감지하면 관련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 원격으로 전달한다.
맥주에 곰팡이독소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RFID 센서도 있다. 미헐 닐런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농업 및 식품화학지’를 통해 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보리에 생긴 곰팡이는 양조를 거쳐 맥주가 될 때까지 살아남는다. 미량은 괜찮지만, 과다 섭취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곰팡이독소가 맥주에 있는지 확인하려면 고가의 실험실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센서를 맥주잔 바닥에 붙이면 곰팡이독소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최대 450번까지 사용이 가능해 맥주 450잔을 분석할 수 있다. 닐런 교수는 “이 센서는 맥주뿐 아니라 커피, 차 등 곰팡이독소 오염이 우려되는 다양한 음료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 정보를 소개하는 ‘라벨’은 풍부한 정보를 압축적으로 담는 것을 넘어 위조 방지, 제품 상태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똑똑해지고 있다. 에이아이피아 제공 |